‘아저씨랑 비밀 친구 할래?’ 10대 낚는 악마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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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대상 온라인 그루밍 범죄의 민낯을 살피다
그루밍(Grooming)은 본래 동물이 털을 다듬거나 몸을 단장한다는 뜻이지만, 호감과 신뢰를 얻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성범죄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 1월 피해자의 약 70%가 미성년자로 밝혀진 제2의 N번방, 일명 ‘목사방’ 사건도 온라인 그루밍 수법을 사용했다. 이처럼 온라인 그루밍 범죄는 오프라인 성범죄 및 2차 가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여전히 법적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미성년자를 ‘길들이기’ 위해 교묘하고 치밀하게 접근하는 온라인 그루밍의 실태와 현행 제도의 허점을 짚어봤다.
초등생도 예외는 아니었다…친절의 탈 쓴 ‘길들이기’ 수법
기자가 직접 1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 SNS에서 ‘13년생 여자’로 계정을 개설해 봤다. 13년생은 초등학교 6학년의 나이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익명의 채팅 요청이 쏟아졌다. 처음에는 친절한 말투로 대화를 이어갔지만 점차 신체 사진이나 영상통화를 요구하는 등 본심을 드러냈다. 심지어 일부는 기프티콘을 보내며 성적인 대화를 이어 나가자고 설득하거나 익명성이 철저하게 보장되는 외부 플랫폼의 1:1 채팅으로 유도하기도 했다.

▶▶ 익명의 성인 가해자들은 ‘애기’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친밀감을 가장한 뒤 점점 더 노골적인 성적 요구를 해왔다.
전문가들은 ▲주된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점 ▲성 착취를 위해 친분을 악용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경찰청이 지난 2023년 발표한 ‘아동·청소년 관련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22년에 발생한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7천200건 중 약 1천500건이 온라인 그루밍 범죄에 해당했다. 2021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의 피해 상담 통계에서는 온라인 그루밍 전체 피해자 중 약 78%가 10대로 밝혀졌다. 이는 성적 판단력이 부족한 미성년자일수록 온라인 그루밍에 더욱 취약함을 시사한다. 인천디지털성범죄예방센터 김한솔 대리는 “청소년들은 온·오프라인 친구의 구분이 모호하다”며 “온라인에서 교류한 사람을 낯선 사람으로 인식하거나 경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신뢰 관계를 통해 피해자를 심리적 종속 상태로 유도하는 점도 온라인 그루밍 범죄의 특징이다. 일상적인 대화로 피해자의 호감을 산 후 이를 이용해 성 착취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시립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정수현 팀장은 “가해자들은 처음부터 성적 대화를 시작하기보다 등하교 시간, 취침 시간 등 피해자의 생활 패턴을 먼저 파악한다”며 “이에 맞춰 연락하면서 특별하고 비밀스러운 관계처럼 느끼도록 유인한다”고 말했다.
1년간 적발 건수 단 ‘25건’ 구멍난 아동·청소년 보호 체계
현행법이 온라인 범죄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아 오프라인 그루밍은 단속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성범죄 동향분석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시작된 성범죄의 60.3%가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졌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현행 그루밍 처벌법은 온·오프라인 성 착취 범죄의 연속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며 “광범위한 그루밍 범죄를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의 「성범죄법(Sexual Offences Act 2003)」은 오프라인 만남을 포함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성적 접근을 처벌하고 있다.
그루밍 범죄의 주요 창구인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도 여전히 미흡하다. 지난 2020년 여가부는 ‘불특정 이용자 간 온라인 대화 애플리케이션의 청소년 유해 매체물 결정 고시’를 발표했다. 해당 고시는 ▲실명 인증 ▲대화 저장·신고 기능을 갖추지 않은 랜덤채팅 앱의 청소년 접근 금지를 골자로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랜덤채팅 뿐만 아니라 온라인 게임, 오픈채팅, 커뮤니티형 SNS 등 아동·청소년에게 친숙한 공간으로 범죄가 확산되고 있다. 성범죄 동향분석에 따르면 온라인 아동·청소년 성범죄의 48.4%는 SNS 및 온라인 게임을 통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대표는 “이들 플랫폼은 미성년자 보호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온라인 환경을 위해
연령대별 맞춤형 교육 시스템을 확립해 실효성 있는 온라인 그루밍 예방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 팀장은 “공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연 15시간의 형식적인 성교육만이 이뤄지고 있다”며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맞춘 선제적 교육 체계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2022년 발표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현황 및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 성폭력 예방 교육을 경험한 아동·청소년은 ▲직접 만남 ▲합성 영상으로 이어진 그루밍 범죄에 응한 비율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각각 45.6%p, 49.1%p 낮았다. 아동·청소년 당사자뿐만 아니라 교사와 부모 등 주변인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 정 팀장은 “그루밍 초기 단계에서 주변인들이 범죄 상황을 인지하고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사례 기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피해자 지원 대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난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아동·청소년 성 착취 피해예방과 인권적 구제 방안 실태조사’에 따르면 심층 상담이 이뤄진 미성년자 그루밍 피해자 중 ‘피해자 보호 및 지원제도에 관한 적절한 안내를 받았다’고 응답한 경우는 6.6%에 그쳤다. 성동청소년성상담센터 한송이 센터장은 “피해자가 자신을 탓하지 않도록 정서적 지지를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전송받은 메시지를 삭제하지 않거나 온라인 게시물의 URL을 확보하는 등 현실적인 대응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피해자 지원을 위한 다양한 기관들이 운영되고 있다. ▲영상물 삭제 지원 및 재유포를 방지하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심리 상담을 제공하는 해바라기센터 ▲여성긴급전화(1366) 등이 대표적이다.
글·사진 이다솔 기자
socio_issol@yonsei.ac.kr
오규민 기자
socio_gamja@yonsei.ac.kr
출처 · 전문 보기 : ‘아저씨랑 비밀 친구 할래?’ 10대 낚는 악마의 속삭임(연세춘추, 이다솔·오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