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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 전쟁③] 청소년성문화센터 '성평등 성교육'…성별 고정관념 줄이고 성 인지 감수성 높이고 2019-12-27 10:02:47 / 60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9.12.20 16:04
 

 

한국교회 반동성애 진영의 인권 정책 개입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각종 인권 관련 조례를 폐지시키는 데서 멈추지 않고, 아동·청소년의 성교육까지 걸고넘어집니다. '성평등' 단어가 들어가면 무조건 '동성애 조장'이라고 반대하는 것입니다. 이들의 반대는 단순한 의견 표명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①최근 반동성애 진영이 어떤 패턴으로 청소년성문화센터를 공격하는지 ②그들이 원하는 청소년 성교육은 무엇인지 ③청소년성문화센터의 역할과 구체적 활동,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 ④기독교교육 관점에서 성교육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짚어 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 기자 주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1970~1980년대생 부모들에게 '청소년성문화센터'는 익숙하지 않다. '성 문화'라는 말부터 생소하다. 아동·청소년에게 성 문화가 있느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성 문화는 인간의 성적 행위에 대한 직간접적인 모든 문화를 지칭한다.

청소년성문화센터는 성 보호 차원에서 성교육을 주된 목적으로 삼는 일종의 교육기관이다. 학교가 커버하지 못하는 성교육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이론 중심이거나 시대 흐름을 담지 못하고, 때로 전문성이 결여된 학교 성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청소년성문화센터가 보충한다.

청소년성문화센터는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이다. 다만 각 센터를 운영하는 주체는 다를 수 있다. 구리시처럼 시에서 직접 운영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관련 단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47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청소년의 건전한 성 가치관 조성과 성범죄 예방을 위하여 아동·청소년 대상 성교육 전문 기관을 설치하거나 해당 업무를 전문 단체에 위탁할 수 있다"가 근거 조항이다.

멀티미디어를 넘어 스마트폰 세대인 아동·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성교육을 개발·시행하는 게 청소년성문화센터가 주로 진행하는 업무다. 요즘 청소년은 소셜미디어나 각종 온라인 매체를 통해 왜곡된 성 인식과 성 지식을 습득할 우려가 크다. 언제든 접속할 수 있는 채팅 앱도 있어서 성폭력·성매매에 쉽게 노출된다. 아동·청소년이 성범죄에 덜 노출되도록 예방 교육을 하는 일도 청소년성문화센터 몫이다.

청소년성문화센터는 △체험관 성교육 △찾아가는 성교육 △이동형 성교육 △기업·학교 등 단체 단위의 교육 등을 진행한다. 찾아가는 성교육 같은 경우, 2014년부터 매해 학생 16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 상담, 가해자 교육을 위탁받아 진행하는 곳도 있다. 성교육 상담, 동아리 활동, 전문가 양성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청소년성문화센터를 찾는 청소년들은 스스로 교육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배운다.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페이스북 갈무리

 

 

현실에서 변화 만들기
센터-학교-마을 잇는 삼박자 교육
학생들 고정관념 완화 효과

 

반동성애 진영은 청소년성문화센터가 아동·청소년에게 자유롭게 성관계하고 임신·낙태해도 무방하다고 가르치고, 동성애를 미화해 청소년들을 동성애자로 만든다고 주장한다. 공공 기관과 유착해 한국 사회에서 남녀 갈등을 조장하고 아이들에게 젠더 이데올로기를 주입한다고도 한다.

청소년성문화센터가 하는 수많은 일 중 극히 일부만 편집해 침소봉대하는 주장이다. 실제로 청소년성문화센터는 아동·청소년들이 놓인 다양한 현장에서, 이들의 성 인지 감수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 예로, 서울시는 학교·청소년성문화센터와 협력해 '마을 속 성평등 학교 만들기' 사업을 진행했다. 12월 2일, 한국YMCA전국연맹·탁틴내일·좋은세상을만드는사람들과 사업 성과를 공유하는 행사가 열렸다. 민民·관官·학學이 연대한 사업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사업 목표는 '성평등 감수성을 체화한 청소년 시민의 역량 강화'였다.

서울시는 자원을 발굴·지원하고, 교육청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대상 학교를 발굴했다. 운영 단체는 교육 매뉴얼 등을 구성하고, 학교는 이 매뉴얼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 학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성평등 개념 설명 △성별 고정관념과 성차별 알아보기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혐오 표현 정리하기 △미투 운동 개념 정리 △학생들이 생각하는 성평등 순으로 교육했다.

성평등 프로그램을 직접 학교에서 수행한 언주중학교 김태곤 교사가 발표를 맡았다. 김 교사는 "인권을 존중하는 학교 환경을 조성해 학생들의 성차별적 의식과 관행을 많이 개선했다. 성 인지 감수성을 향상해 평등과 존중의 성 문화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학교 외부에서 왔다. 그는 "학생들은 잘 따라오는데 중간에 '성평등' 단어 때문에 문제 제기하는 이들이 있었다. 교사들이 이런 것까지 일일이 대응할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성평등이 수십 가지 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장에서는 남성·여성 성별 고정관념을 깨고 폭력적인 상황에 대처하는 법 등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학교에서 한 번 하기로 한 사업은 굳은 심지로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기자에게 "우리 학교도 중간에 민원이 많이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커리큘럼을 가지고 이를 수행하려는 교사들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민관학이 협력해 진행한 '마을 속 성평등 학교 만들기' 관련 자료. 뉴스앤조이 이은혜

 

학교에서 성평등 교육을 받은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성 인지 감수성이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홍익대학교 안재희 교수(교육학과)는 성평등 학교 만들기 교육을 들은 중학생 711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조사한 결과, 지식·의지·실천 모든 면에서 변화가 나타났다고 했다.

안 교수는 성평등 교육을 받은 남학생들 반응이 긍정적이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성평등 교육을 오해하던 남학생도 '성차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성차별적 말은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수업을 듣기 전에는 나도 혐오 표현을 자주 사용했던 것 같다'고 답한 점이 고무적이다. 교육할 수록 남녀 학생 사이 격차가 줄어드는 현상도 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거대한 권력 쥔 청소년성문화센터?
정부·지자체 낮은 이해도
예산 부족, 과한 업무 시달려

 

청소년들에게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교육청과 학교, 지방자치단체, 청소년성문화센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활동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반동성애 활동가들은 청소년성문화센터가 거대한 권력을 쥐고 아동·청소년 성교육을 좌지우지한다고 주장한다. "급진적 페미니즘 사상에 경도된 활동가들이 우리 아이들을 물들이고 있다"는 식으로 왜곡 정보를 퍼 나르고, 이것이 실제 학부모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것처럼 묘사되는 청소년성문화센터 현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실태 및 발전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청소년성문화센터가 처한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대부분 청소년성문화센터는 지방자치단체의 낮은 이해도와 무관심에 직면해 있다. 여성과·보육과·청소년과 어느 곳이 주무 부처인지 명확하지 않다. 법적 기반성이 취약해 정부 정책을 짤 때 청소년성문화센터는 우선적인 고려 대상이 아니다. 운영비도 턱없이 부족하다. 부족한 예산은 외부 교육으로 메우게 되고, 그만큼 활동가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

여기에 교계 반동성애 진영의 항의 폭탄까지 겹치면 활동가들은 '번아웃'되기 일쑤다. 한 활동가는 "공공 기관에서는 반동성애 진영의 혐오 표현을 일반 민원과 동등하게 받아들인다. 공무원 입장에서 민원이 발생하면 안 좋기 때문에, 대부분 학교나 기관이 문제를 제기하면 그냥 수용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해 달라고 요청하는 편"이라고 했다.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월경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월경컵, 천생리대 등이다.(사진 위) 초등학생들과는 가방 안 물건을 꺼내 보고 주인이 누구인지 유추한다. 성별 고정관념을 해소하는 데 도움되는 활동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아하서울시립청소년문화센터 이명화 센터장은 "청소년성문화센터는 공익적 성교육을 기본으로 하는 기관이다. 건강한 다음 세대를 교육하는 일인데 정부 쪽에서 예산을 배정하거나 정책을 짤 때 무게 중심이 너무 없다. 이슈에 따른 가시적 성과 중심의 대응과 처벌 강화 대책에만 관심이 있다. 인프라 확장, 교육자 역량 강화, 교육 기반 확충 등 이 교육이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에는 관심이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명화 센터장은 그럼에도 청소년성문화센터가 할 일은 명확하다고 했다. 그는 "청소년성문화센터는 사회 변화에 맞닿아 있는 성교육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이다. 혐오와 폭력에 기반한 젠더 갈등, HIV 감염 문제 등 다방면에서 역량을 키우며 해 오던 일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계속)

 

원문 보기: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26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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