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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실은 배’ 타고 성평등 섬으로 떠나보자! 2019-12-27 10:01:01 / 49
등록 :2019-11-25 20:11수정 :2019-11-26 02:07
 
어린이들이 만든 성문화 동아리

‘성교육’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
열두살 학생들 직접 동아리 만들어
일방적으로 배우는 성교육 아닌
또래들과 주체적으로 공부

월별로 성평등·성문화 주제 잡고
영상·그림·굿즈 만들기 진행해
“어른들도 다시 성교육 받아보세요”

 

지난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어린이 성평등·성문화 동아리 ‘꿈을 실은 배’(이하 꿈배) 학생들이 성평등 굿즈(기념품)를 만든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꿈배는 어린이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1년 동안 성평등·성문화 관련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지난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어린이 성평등·성문화 동아리 ‘꿈을 실은 배’(이하 꿈배) 학생들이 성평등 굿즈(기념품)를 만든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꿈배는 어린이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1년 동안 성평등·성문화 관련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부모세대에게 ‘성교육’ 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십중팔구 ‘섹스’일 것이다. 성교육이 성관계에 한정된 것이 아닌데도 그렇게 교육받은 탓이 크다.

 

최근 공교육 현장은 변하고 있다. 임신과 출산, 정자와 난자, 출처도 불분명한 ‘비디오’를 틀어주며 학생들을 겁먹게 했던 기존 성교육의 영역을 몸·젠더 교육, 나아가 성평등 교육으로 이어가는 추세다. 성교육을 민주시민 교육의 하나로 보고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이야기다.

 

유네스코 국제 성교육 지침서는 5살 때부터 성교육을 시작하라고 권고한다. 스웨덴은 만 4살부터 성교육을 시작한다. 중학교 때 피임 교육을 진행하고 콘돔을 무료로 나눠준다. 성은 부끄럽거나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닌, 교육과정 속에서 제대로 알려줘야 하는 생활의 한 부분이라는 인식에서다. 성교육 전문가들도 “아무리 늦어도 초등 5학년 전에는 제대로 된 성교육, 성평등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 다섯 살 때부터 성교육 시작해야

 

지난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이하 센터)를 찾았다. 열두 살, 열세 살 어린이들이 1년 동안 주체적으로 성문화 동아리를 꾸려왔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교사나 성교육 강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의 성교육이 아닌, 학생 당사자가 성에 관해 배우고 토론하며 글쓰기·그림·영상 등 결과물을 내왔다는 데 호기심이 생겼다.

 

열세 명의 어린이들이 만든 성문화 동아리 이름은 ‘꿈을 실은 배’(이하 꿈배). 꿈배는 센터에서 사춘기와 성, 또래 성문화를 배운 뒤, 어린이들이 주체가 되어 바람직한 성문화에 대해 토론·공부하며 꾸려가는 동아리다.

 

토요일마다 아침 단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꿈배’를 탄 어린이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마침 기자가 찾은 이날 ‘우리가 직접 만든 성평등 유튜브 영상 상영회’가 열렸다.

 

 

꿈배 학생들이 올해 진행된 ‘성평등한컷’ 공모전 수상작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위) 꿈배 학생들이 ‘지금은 성평등 담을 시간’ ‘함께할게! #위드유(WithU)’ 도장을 굿즈 표지에 찍은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꿈배 학생들이 올해 진행된 ‘성평등한컷’ 공모전 수상작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위) 꿈배 학생들이 ‘지금은 성평등 담을 시간’ ‘함께할게! #위드유(WithU)’ 도장을 굿즈 표지에 찍은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 ‘디지털 성폭력’ 등 주제로 토론

 

꿈배 회원은 열세 명. 초등 4~6학년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3월16일 센터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연간 활동 계획부터 짰다고 한다. 꿈배 회원으로서 꼭 지켜야 할 수칙을 만들고, 성에 관련된 자신들만의 이슈도 꼽아봤다.

 

여성과 남성의 신체,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 등은 센터 성교육 전문 강사의 도움을 받아 기본기를 다졌다. 이서은(13) 학생은 “꿈배에서는 십대가 알아야 할 기초 성지식부터 사회나 미디어에서 성이 이야기되는 방식까지 다뤘다”며 “또래 친구들과 토론하고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성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꿈배 어린이들은 월별로 다양한 주제를 잡았다. △성차별·성평등 개념 알아보기 △음악·미디어·책 속에서 성차별 발견하기 △디지털 성폭력이 뭘까? △‘포에트리 슬램’으로 성평등 말해보기 △내가 생각하는 ‘성평등한컷’ 그리기 △상반기 활동 점검 △청소년 유해매체 다시보기 △성평등 유튜브 영상 만들기 △성평등 영상 상영회까지 웬만한 성교육 커리큘럼 못지않았다. 포에트리 슬램(Poetry Slam)은 자유시를 역동적으로 읽어 내려가는 낭독공연 갈래이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어린이 성평등·성문화 동아리 ‘꿈을 실은 배’(이하 꿈배) 학생들이 성평등을 주제로 직접 촬영한 영상 등을 보고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지난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어린이 성평등·성문화 동아리 ‘꿈을 실은 배’(이하 꿈배) 학생들이 성평등을 주제로 직접 촬영한 영상 등을 보고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을 권리

 

어른들이 가르쳐주는 성교육에도 물론 장점이 있다. 한데 사춘기를 직접 겪어내는 학생 당사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몸과 마음의 변화에 대해 준비를 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면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내 몸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몸도 소중하다는 ‘진리’에 공감해보는 경험은, 성교육이 민주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나는 데 필요한 교육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학교 안팎에서 제대로 된 성 정보를 접할 권리가 어린이들에게 있다는 이야기다.

 

국제가족계획연맹 선언(IPPF declaration) 가운데 성적 권리 부분을 보면 십대들의 ‘성에 관한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을 권리’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센터 교육팀 재옹(활동명)·정다희 담당자는 “임신과 출산 등 재생산에만 초점을 맞춘 구시대적 성교육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섹스와 피임, 성평등, 성병 등 구체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스스로 알아가며 꿈배 활동이 더욱 탄탄해졌다”고 말했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와 독일에서는 유아기부터 연령별 성교육을 진행하는데, 중학생에게는 콘돔을 무료 보급하며 피임 방법에 관해 심도 있는 토론도 한다. 독일에서도 만 10살 학생들에게 출산 장면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시민사회 구성원인 ‘너와 나의 몸’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시행한다. 아이들이 성 이야기를 하면 숨기거나 다그치기 급급한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11∼13살 어린이들이 주체가 되어 운영한 성평등·성문화 동아리 ‘꿈을 실은 배’(이하 꿈배)에서 사용한 도장. “상대방이 거부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습니다” 등 다양한 성평등 관련 문구가 적혀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11∼13살 어린이들이 주체가 되어 운영한 성평등·성문화 동아리 ‘꿈을 실은 배’(이하 꿈배)에서 사용한 도장. “상대방이 거부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습니다” 등 다양한 성평등 관련 문구가 적혀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 내가 본 영화가 성차별적이라면?

 

이날 오전 꿈배 어린이들이 직접 제작·촬영한 ‘성평등한 유튜브 영상 상영회’가 끝나자 어린이들은 기다란 탁자 앞에 모여 앉아 자연스레 의견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이 영상에는 꿈배 회원들이 출연해 <겨울왕국> <알라딘>에서 찾아낸 성평등 장면, 또래 친구들이 많이 보는 영상 속에서 성차별적 요소 찾아내는 방법 등 1년 동안 성문화에 대해 스스로 공부한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정하민(12)·서명지(12) 학생은 “<겨울왕국>에서 엘사가 파란 옷을 입고 나온 뒤부터 ‘파란 옷=남자 옷’이라는 편견이 많이 깨졌다. <알라딘>에서는 자스민이 직접 왕이 되는 게 좋았다”며 “마트 장난감판매대를 보면 분홍색과 파란색 장난감들이 마치 싸우듯 분리돼 있는데 색깔에 대한 성별 편견이 꼭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자가 활동적이면 ‘조신하지 못하다’고 하는데 남자가 활동적이면 ‘운동 잘하고 리더십이 있다’고 하잖아요. 나는 나다울 뿐인데…. 어른들도 성별 이분법이라는 렌즈를 빼고 세상을 봤으면 좋겠어요.”

 

‘꿈배’ 학생들이 일 년 동안 고민하고 실천해온 성평등 관련 문구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꿈배’ 학생들이 일 년 동안 고민하고 실천해온 성평등 관련 문구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꿈배에 몇 없는 남학생 중 한 명인 여윤성(13) 학생은 “꿈배 활동을 하며 내가 듣는 노래에도 성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우리 동아리에 남학생이 많지 않았던 게 조금 아쉽다. 우리 또래들이 젠더와 성평등 문화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꿈배 어린이들은 상영회가 끝난 뒤 ‘성평등 굿즈(기념품) 만들기’를 시작했다. 수첩 표지와 파우치 등에 직접 성평등 관련 그림을 그리거나 문구를 쓴 뒤 또래 친구들이나 가족에게 건네주는 활동이었다. 간단한 다과와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어린이들은 한 해 활동을 진중하게 마무리했다.

 

1년에 걸친 꿈배 활동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묻자 서명지 학생은 ‘성평등한컷 그리기’를 꼽았다. “센터에서 ‘성평등한컷’ 공모전을 열었는데 꾸밈 노동부터 탈코르셋, 스쿨 미투까지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이 나왔다”며 “지금 만들고 있는 성평등 굿즈는 친구와 부모님께 선물할 생각”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서명지 학생은 “성차별을 하는 사람에게 ‘그것은 성차별’이라고 말하겠습니다”라고 적힌 도장을 하얀 수첩 표지 한가운데에 찍었다.

 

글·사진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원문 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9184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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