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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의 눈으로 일상과 주변, 세상을 다시 디자인하자” 2017-07-04 13:24:57 / 654

 

괄적 성교육 권리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27일 ‘광화문 1번가’ 앞에서 ‘열린포럼’ 개최
‘성평등 교육’ 주제로 관련 전문가 발표 나서

①이명화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장
②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여성 교사 앞에서 중학교 남학생들이 집단 자위행위를 하는 나라, 인권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청소년을 성폭행하는 나라, 나랏일 하는 이가 ‘소싯적’ 벌였던 강간을 자랑하듯 떠벌리는 나라. 한국의 낮은 성인식을 보여주는 지표다. 비정상을 향해 가는 성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성평등 교육을 해야 할 때’라고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9개 청소년·여성인권 단체로 구성된 ‘포괄적 성교육 권리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27일 오후 7시부터 ‘광화문1번가’에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교육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를 주제로 ‘열린포럼’을 열었다. 열린포럼은 국민들이 정책안을 발표하는 자리다. 관련 단체·기관·전문가와의 협력 운영으로 주제와 관련된 구체적 제안이나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참가자들과 대화한다. 필요한 경우 발표 주제와 관계된 정책담당자·공무원을 초청해 진행한다.

변혜정 젠더 큐레이터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엔 5명의 전문가들이 발표에 나섰다. 이명화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장,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류은찬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사무국장, 김진선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정해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성교육 현실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안했다.

성소수자 배제, 차별·편견 담긴 ‘성교육 표준안’ 폐지해야
권리 우선하고 젠더중심 성교육 실천해야

 

▲ 이명화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이날 포럼에서 ‘인권과 평등에 기반한 성교육 정책을 말하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강푸름 기자

 

‘인권과 평등에 기반한 성교육 정책을 말하다’를 주제로 발표한 이명화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한국은)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어디에서도 배워보지 못하고 성인이 되는 나라”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교육부가 체계적인 성교육을 하겠다며 2015년 내놓은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폐지하고 인권·평등 중심의 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교육 표준안은 지난 정권의 적폐예요. 반드시 폐지해야 합니다. 2015년부터 청소년인권교육단체 등이 표준안 폐지를 요구했지만 박근혜 정권 하의 교육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성교육 표준안 폐지는 상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새로운 나라의 성교육은 차별적이지 않고 평등하다는 선언, 과거로 회귀하지 않고 미래로 전진하는 교육을 선보이겠다는 선언인 거죠.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통합적 성평등 및 인권교육 강화’ ‘정규 교육과정 내 젠더폭력 예방교육 실제화’의 첫 발을 떼는 작업이 바로 성교육 표준안 폐지예요.”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 성교육이 지닌 근본적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성교육은 정결교육, 순결교육, 성교육, 양성평등교육, 성인지적 인권교육으로 흘러오다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4대악 중 하나인 성폭력 척결을 밝히면서 폭력예방교육이 됐다”며 “기존의 양성평등 교육 정책과 폭력예방교육, 성교육 정책을 통합해 포괄적 성교육 촉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나를 바라보고, 나를 구성하고 있는 사회구조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 내가 여자든 남자든 상대와 적절하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 사회적으로 변해가는 성문화에 지체되지 않고 통합적인 해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국제사회에서 권고하는 포괄적 성교육은 개인이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권리로서의 교육”이라며 “그 누구도 배제·삭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UN은 포괄적 성교육을 이렇게 정의한다. “학교 안에서든 밖에서든, 권리에 기반하고 젠더중심적인 접근의 교육. 아동과 청년들에게 그들의 감정과 사회적 성장의 맥락에서 섹슈얼리티에 대한 긍정적 관점을 가질 수 있는 지식, 기술, 태도, 가치를 갖추게 하도록 하는 교육.”

이 센터장은 “여가부는 성평등 관점의 콘텐츠와 지역사회 전문 인프라를 강화하고 교육부는 여가부와 협치해 성평등 교육을 집행”하고 “아동·청소년 관련 교사, 청소년지도사, 상담사, 의사·경찰, 법조인, 종교인 등은 자격 과정에 성평등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쩔 수 없다”에서 “변화할 수 있다”로
성평등한 것이 지속가능한 사회의 핵심 원리

 

▲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이날 포럼에서 ‘여성폭력이 당연하지 않은 사회, 교육의 힘’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강푸름 기자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여성폭력이 당연하지 않은 사회, 교육의 힘’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김 부소장은 최근 대전에서 일어난 남학생 집단 자위행위 사건을 언급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교사는 학생에 비해 권위를 지닌 존재로 여겨져 왔지만 이는 성별에 따라 달라진다”며 “남학생들은 여성 교사를 선생님으로 여기지 않고 성적인 대상으로 바라본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이별한 연인, 이혼한 남편 등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행이 더욱 극악해지고 있다”며 “여성혐오는 한국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여성폭력에 대한 형량이 높아지면서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사회는 성폭력 피해 여성을 오히려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봐요. 한국사회에 퍼져있는 ‘남성이 성폭력 가해자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남자는 원래 그래’라는 인식은 성범죄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결과를 낳기도 하죠.”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여성이다. 김 부소장은 “여성은 길거리나 직장, 학교에서 몸을 가리기 급급하고 누군가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하게 된다”며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지 말고 ‘변할 수 있다’고 외치며 모두 함께 손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소장은 스웨덴을 예로 들며 성평등한 것이 지속가능한 사회의 핵심 원리라고 말했다. 스웨덴은 성평등을 국가운영원리로 채택하고, 모든 부처 책임자들은 성별격차 감소를 자신의 의무로 여긴다. 젠더이퀄리티 부처 장관이 교육부차관을 맡고 있다는 점에선 스웨덴이 성평등 교육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김 부소장은 “스웨덴은 전통적으로 여겨지는 남성다움·여성다움에서 벗어나는 교육을 하고, 그것을 일상에서 바르게 실천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고 설명했다.

김 부소장은 “성평등의 눈으로 내 일상과 주변, 세상을 다시 디자인할 수 있는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며 “젠더라는 구조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포괄적 성교육 권리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탁틴내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장애여성공감,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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