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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슬픈 범죄] 무조건 금기시 안 통해… 책임의식 높이는 성교육부터 2017-06-02 14:39:00 / 1034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알아 어쩔 수 없이 낳았습니다.” 

한 미혼모의 고백처럼 부모가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 이유는 ‘계획에 없던 임신’이었다. 피임에 실패했거나 성관계에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 서툴렀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성에 대한 자기결정권, 성적 책임의식을 높이는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초·중·고교에서는 연간 15시간 이상 성교육을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성폭력이나 임신 예방은 피상적인 수준에 그치고, 성에 부정적인 태도를 강화해 오히려 성 문제를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 있게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막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15년 교육부가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발표하자 20여개 시민단체가 연대해 거세게 반발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표준안은 성적 욕구를 성병, 학업중단, 성폭력 등 사회적 문제로 다뤘다. 성을 인간의 본능으로서 받아들이는 교육이 아니라 위험한 대상으로 봤다. 교육은 성에 대한 주체성, 책임의식보다는 금욕에 그쳤다.

노선이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는 “현재 성교육은 10대 청소년들이 성적인 존재가 아니고 성적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존재로 간주하고 있다”며 “성교육 표준안은 주로 절제와 관련된 내용이어서 이미 성적 행위를 목격하거나 경험하는 10대들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비현실적인 금욕을 강조할 게 아니라 성 주체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현이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부장은 “학교에서 연간 15시간씩 성교육을 한다고 해도 성주체성 교육이 아니라 성폭력 성매매 임신의 위험을 강조하는 데 그치고 있다”며 “성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을 세우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고, 성적 갈등상황에 부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대처훈련도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뜻하지 않은 임신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박 부장은 데이트나 연애 상황에서 스킨십, 성적 행위가 어느 선까지 가능한지 등 구체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만약 원치 않는 임신이 됐을 때는 그 이후 어떻게 상황을 돌파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며 “낙태는 불법인 현 상황에서 결국 출산하게 된다면 미혼모로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정보 제공도 교육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미성년자가 임신하더라도 학습권은 보장받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미성년자 임신부는 학교에 다니기 어렵다. 이 경우 위탁형 대안학교를 택할 수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원래 학교로 돌아와 졸업장은 기존학교 졸업장으로 받을 수도 있다. 다만 기존에 다니던 학교에 임신 사실을 알려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다.

성교육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은 성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권리’의 관점으로 보고 있다. 독일에서도 19세기 말까지 성을 억압하는 위주의 교육을 폈으나 1960년대 들어서 청소년의 성 문제를 인간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로 인식하게 됐다. 한·독일 청소년 성교육을 비교 연구한 도기숙 광운대 교양학부 교수는 “독일의 성교육은 성에 대한 경각심이 아니라 피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아이들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콘돔 사용법 등 피임법을 배우고, 피임의 중요성을 체득하게 된다.

교육의 내용뿐만 아니라 전달하는 교사의 교육 수준도 중요 변수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는 “외국의 경우 성교육 교사가 필수적으로 성교육을 받으며, 지나치게 종교적이거나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또한 한 사람에 의해 지속적으로 성교육이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유대감을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정보 전달식 성교육은 청소년의 성적 고민이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 성 상담 사이트 ‘푸른 아우성’에는 한 해 5000건 이상 상담 의뢰가 들어온다. 2015년 5318건 상담 중 10대가 2516건(48%)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성교육으로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는 셈이다. 10대의 상담 주제는 ‘자위’가 787건(31%)으로 가장 많았고, 20대는 ‘성관계’가 540건(39%)이었다. 노선이 활동가는 “성을 터부시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개개인이 성적 행위를 할 수 있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부터 현재 성교육 체계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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