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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성명서>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n번방' 교육대책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2020-04-07 13:07:11 / 245

<성명서>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n번방’ 교육대책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 사태에 책임감을 가지고 인권과 성평등에 기반한 포괄적 성교육을 실행하라! -

소위 ‘n번방’ 성착취 주동 및 가담자 중 10~20대 남자 청소년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한국 성교육, 그리고 교육계의 통렬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지금의 10~20대 남성들은 성폭력 예방 차원에서 의무화된 학교 성교육의 수혜자들이다. 그들이 여자 청소년과 특별히 다른 성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다. 어쩌면 그들에겐 다른 성교육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청소년 대상 성폭력 예방교육을 확대‧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서울시는 이미 시교육청과 연계하여 초·중·고생 2만 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폭력 예방교육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교육의 확대는 환영하지만 문제는 그 안에 시스템과 내용이다. 기존의 형식적 내용과 시스템 안에서 불나면 가서 끄기에 급급한 성폭력 예방교육의 보여주기식 숫자놀이가 과연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까?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은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성폭력으로 그 잔혹성과 끔찍함을 봤을 때 주동자, 가담자, 동조자 되지 않기 등 성폭력에 저항할 줄 아는 시민성 교육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을 확인한다. 더불어 가해자가 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성차별적인 사회 구조와 강간문화 및 성착취 구조를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것, 통념에 의해 피해자를 탓하지 않는 것, 타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스스로의 성적자기결정능력을 키우는 것 모두를 포괄해야 한다. 그 내용을 담지 않는다면 ‘성별을 떠나’, ‘가해를 두둔하는 건 아니지만’, ‘쉽게 돈을 벌려고 한 이들 또한 잘못했으며’, ‘일탈계를 만들어 음란물을 제작해 올린 피해자들도 처벌해야 한다’, ‘성매매를 합법화해야 한다’라는 식의 강간문화와 성착취 구조를 재생산하는 목소리는 계속 나올 것이다. 결국 핵심은 기존의 성규범화 교육을 인권과 성평등에 기반한 포괄적 성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되지 않는 성폭력 예방교육이 아니라, 성적인 존재로서의 존엄을 확인하며 비폭력을 상상하는 교육현장이 실현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코 지금의 성폭력 예방교육을 외연적으로 확대하는 것에 머물러선 안 된다.

첫째, 교육부는 ‘성교육 표준안’을 통해 청소년에게 강간 문화를 교육한 자신의 과오부터 인정해야 한다.
2015년 교육부가 전국의 학교에 배포한 ‘성교육 표준안’은 “남성의 성에 대한 욕망은 때와 장소에 관계 없이 나타난다(초등)”, “데이트 성폭력은 여자가 데이트 비용을 내지 않아서 생긴다(고등)” 등의 설명을 나열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성차별, 성별고정관념, 성별이중규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성소수자차별 등을 담고 있다. ‘n번방’ 가해에 가담한 10~20대 남자 청소년을 끔찍한 악마나 특별한 예외상태로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괴물이 결코 아니다. 우리 사회의 성차별과 남성 중심문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강간문화와 성착취 구조가 그들을 키워낸 토양이자 양분이다. 이러한 토양을 제공한 교육부는 표준안을 전면 폐기하고, 성규범화 교육의 재발 및 확산 방지에 힘써야 할 것이다.

둘째, 여성가족부와 교육부는 성폭력 예방교육의 양적 확대가 아닌 질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앞으로의 성폭력 예방교육은 폭력의 잔혹함을 강조하기보다 ‘성적 동의’를 주요하게 다뤄야 한다. 성폭력의 정의와 사례를 나열하고 피해자 되지 않기에 초점이 맞춰진 성폭력 예방교육은 실질적 예방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폭력으로서의 성을 강조해 두려움을 확산하고 피해에 노출되지 않게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길 여지가 높다. 지금의 ‘n번방’ 가해자들 혹은 피해자를 탓하는 이들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 우리 사회는 ‘동의’가 성폭력의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성교육을 통해 만나는 많은 청소년은 강요에 의한 동의와 자유로운 의사 결정으로써의 동의를 잘 구별하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그 안에 ‘권력’을 인지하지 못하며, 친밀한 관계일수록 더욱 그런 경향이 높게 나타난다. 그러니 현실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성적 동의’를 얘기해야 한다. 잔인하고 폭력적인 성이 아닌, 안전한 성관계와 평등과 존중의 관계 맺기를 다룸으로써 타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자신의 성적자기결정능력을 향상하는 성교육이 실현되어야한다.

셋째, 교육부는 여성가족부와 협업하여 양육자 대상의 디지털 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제작하고 배포해야 한다.
청소년 자녀를 둔 양육자들은 현 상황에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 사설 성교육 기관을 이용하여 수십만원에 달하는 강사비를 지불하며 스터디룸을 빌려 성교육 과외를 시행한다. 또한 시중 성교육 도서를 보면 아동청소년과 양육자를 대상으로 하는 도서가 다수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공교육에서 다루는 성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개별적으로’ 찾는다. 거대한 사회적 폭력을 개인이 짊어지고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여성가족부와 협업하여 양육자를 위한 디지털 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제작하여, 양육자를 포함한 여러 공동체와 협력을 통해 학교 성교육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넷째, 남자 청소년의 성평등 감수성 향상을 위해 ‘적극적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폭력과 위험한 성을 강조해 청소년의 성행동을 통제하는 현행 학교 성교육은 실효성과 만족도를 모두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성차별 구조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키기도 어렵다. ‘n번방’이 교육계에 남긴 과제는 명확하다. 바로 남자 청소년의 인권과 성평등 감수성을 향상시켜 성평등의 주체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소년에게 인권과 성평등, 반폭력, 민주시민성에 기반하는 포괄적 성교육이 보장되어야 한다. 포괄적 성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의 여성 혐오와 성적 대상화, 강간 문화, 성착취 구조의 토양을 거부할 교육적 기회 또한 그들의 권리이다.
*포괄적 성교육이란: 인권과 성평등에 기반한 섹슈얼리티 교육(국제인권법 사회권 규약은 포괄적 성교육을 권고)

다섯째, 평등하고 안전한 학교를 위해 학교와 시교육청, 그리고 교육부는 성평등한 교육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2018년 스쿨미투 운동이 점화되었지만, 피해 청소년의 절박한 요청에 아직 제대로 된 응답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와 처벌, 재발 방지의 과정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과 함께 피해 청소년을 둘러싸고 있는 주요한 공간인 학교가 성별 고정관념을 반추하고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 학교와 시교육청, 그리고 교육부는 ‘성평등 교육 추진 법률 제정’, ‘성평등 교육 진행’, ‘스쿨미투 관련 학생 해결 창구 조성’, ‘교원양성과정에서 성평등 교육 의무화’ 등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여섯째, 청소년이 평등하고 안전한 디지털 환경을 만들어가는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정부는 추진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18세 선거권을 얻는 청소년, 그러나 정치적 주체로서 청소년의 권리는 더 확장되어야 한다. 청소년을 학생, 즉 피교육자로서 교육의 대상으로만 위치 지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정책생산자로 청소년 주체의 권력을 만들어내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부의 보건 중심의 성교육 정책은 성평등 가치를 확장하는 민주시민교육 정책과 통합되어야 한다. 여성가족부의 아동청소년 성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설치된 성교육 전문기관은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가는 청소년 주체를 키우는 정책 전달 체계로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교육추진전담과’를 만들어 아동청소년의 성교육권 확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20.04.02.

포괄적성교육권리보장을위한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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